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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들이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며 "아기자기한 힐링 기지 건설 게임인가 보다" 하고 시작했다가, 열역학 법칙과 배관 흐름, 기체 밀도 계산에 머리를 쥐어뜯게 되는 기묘한 명작이 있습니다. 바로 <돈 스타브(Don't Starve)>의 개발사 클레이 엔터테인먼트(Klei Entertainment)가 만든 생존 스페이스 콜로니 시뮬레이션 <산소 미포함 (Oxygen Not Included, 이하 ONI)>입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건설이나 자원 채집 수준을 넘어 실제 물리 법칙(기체/액체 밀도, 열전도, 대기압, 자동화 회로 등)을 게임 메커니즘으로 이식해 낸 극상의 샌드박스 시뮬레이션입니다.

산소 미포함

1. "소변이 우물에 떨어졌다!" 귀여움 속 피도 눈물도 없는 우주 생존기

텅 빈 소행성 내부, 복제체(Duplicant)들의 잔혹한 탄생
플레이어는 수수께끼의 프린팅 팟(Printing Pod)에서 갓 출력된 3명의 '복제체(Duplicant)'들을 이끌고 차가운 소행성 중심부에서 기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게임의 제목처럼 이곳에는 산소가 없습니다. 숨을 쉴 수 있는 대기도, 마실 물도, 먹을 음식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 플레이어는 복제체들에게 일을 시켜 산소를 만들고, 식량을 재배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생태계를 직접 구축해야 합니다.


방심하는 순간 터지는 연쇄 멸망 (Cascade Failure)
이 게임의 무서운 점은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 산소를 만들기 위해 전해조를 돌렸더니 '열'이 발생해 농작물이 시들어 식량난이 오고,
  • 식량난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복제체가 '스트레스 폭발'을 일으켜 주요 배관을 부수고,
  • 배관이 터져 오염된 물이 기지 전체로 흘러들어 질병이 퍼지는 식입니다.

한순간의 방심이 기지의 완전한 멸망으로 이어지는 스릴과, 이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는 쾌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2. 과학도가 만든 게임인가? 깊이 있는 핵심 시스템, 특유의 비주얼과 사운드

<산소 미포함>을 여타 건설 시뮬레이션과 궤를 달리하게 만드는 것은 정교하기 짝이 없는 물리학적 환경 시스템입니다.


기체와 액체의 밀도 및 질량 보존
게임 내 기체와 액체는 고유한 밀도를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층이 나뉩니다. 가벼운 수소는 제일 위로 떠오르고, 복제체가 호흡하고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기지 바닥으로 깔립니다. 이를 계산하여 환기구 위치나 기지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열역학과 비열, 열전도율
모든 물질(흙, 금속, 기체, 액체 등)은 비열과 열전도율을 가집니다. 기계나 발전기를 돌리면 끊임없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을 식히지 않으면 기지 전체가 찜통이 되어 농사가 불가능해집니다. 열을 어디로 방출하고 어떤 냉매를 써서 순환시킬지 고심하는 과정은 진정한 공학적 재미를 선사합니다.


전력망과 배관, 그리고 자동화(Automation)
전력 케이블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변압기를 설치하고, 파이프 내부의 액체가 동결되거나 기화하여 파이프가 터지지 않도록 기체/액체 배관을 설계해야 합니다. 나아가 논리 게이트(AND, OR, NOT)와 센서를 결합한 자동화 회로를 구축해 기지를 스스로 돌아가게 만드는 단계를 밟게 됩니다.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한 2D 그래픽
귀여운 복제체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엉엉 울거나,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자물쇠가 걸린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사운드 디자인
기지가 평화로울 때는 유쾌한 정통 밴드풍 음악이 흐르다가, 자원이 고갈되거나 생존 위기가 찾아오면 경고음과 함께 음악이 차분하고 긴박하게 변합니다. 기체 배관을 타고 가스가 흐르는 소리, 정화조가 돌아가는 기계음 등 환경음의 완성도도 매우 뛰어납니다.

3. 기지의 최종 목표: 우주 개척과 '시공간의 균열'과 핵심 관전 포인트

기지 내부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해지면, 눈길은 소행성의 표면인 '우주'로 향합니다.

  • 우주 개척 및 로켓 발사: 소행성 표면으로 올라가 유성우를 막아내는 방어막을 치고, 로켓을 건조하여 외부 행성으로 조사단을 보냅니다.
  • 희귀 자원 수급 및 기술 발전: 외부 행성에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 물질(이소레진, 풀러렌 등)을 채취해 초고성능 자원(초냉매, 서모플라스틱)을 합성합니다.
  • 최종 결말: 로켓 기술을 극대화하여 우주 끝에 존재하는 '시공간의 균열(Temporal Tear)'에 복제체를 보내는 탐사를 성공시키거나, 모든 소행성을 정복하고 지속 가능한 무한의 자급자족 유토피아를 완성하는 것이 이 게임의 엔딩입니다.

<산소 미포함>을 처음 접하면 끝없는 공략집이나 공학 공식을 외우다가 지쳐버리기 쉽습니다. 다음 4가지 관점에 집중하여 플레이하면 스트레스 대신 극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지의 멸망'을 실패가 아닌 튜토리얼로 받아들이기

  • 플레이 팁: 이 게임에서 첫 번째 기지가 멸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입니다. "왜 망했지?"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핵심 재미입니다. 산소가 부족해서 망했다면 다음 판엔 산소 수급을, 열 때문에 망했다면 다음 판엔 열 차단을 우선순위로 두고 조금씩 발전하는 '회차 플레이의 맛'을 즐겨보세요.

기지 초반부터 '열 차단(단열 타일)' 경계선 구축하기

  • 플레이 팁: 플레이어가 가장 많이 겪는 첫 번째 통곡의 벽은 바로 '기지 온도의 상승'입니다. 발전기나 산업 시설을 지을 때, 복제체들이 살고 농사를 짓는 주거 구역과 산업 구역 사이에 단열 타일(Insulation Tile)을 둘러 열이 침투하지 못하게 차단해 보세요. 이 선제조치 하나만으로도 게임의 난이도가 대폭 하락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단순 노동을 줄이는 '자동화(Automation) 회로' 구축의 쾌감

  • 플레이 팁: 매번 복제체들이 수동으로 스위치를 켜고 끄게 하지 마세요. '스마트 배터리'와 '발전기'를 자동화 선으로 연결해 배터리가 부족할 때만 발전기가 돌게 만들거나, '기체 센서'를 활용해 이산화탄소가 찼을 때만 공기 정화기가 가동되도록 시스템을 짜보세요. 플레이어가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기지가 알아서 착착 돌아가는 모습을 관망하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나만의 독창적인 '자원 순환 시스템' 설계하기

  • 플레이 팁: 인터넷에 떠도는 정답 공략 배치를 그대로 복사해 넣기보다, 내가 가진 자원 환경에 맞춰 직접 머리를 굴려보세요.
  • "오염된 물을 boil(끓여)하여 순수한 물과 흙으로 분리해 볼까?"
  • "천연가스 발전기에서 나오는 오염된 물을 버섯 농장에 공급해 볼까?"

자신의 아이디어로 쓰레기를 리사이클링하는 나만의 에코 시스템이 작동할 때 오는 지적 유희는 이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최고 경험입니다.


<산소 미포함>은 처음에는 한없이 낯설고 매서운 난이도로 플레이어를 압도하지만, 시스템을 하나씩 이해하고 나만의 터전을 구축해 나갈 때 그 어떤 게임보다 깊은 성취감과 중독성을 선사하는 명작입니다.


나만의 작은 소행성 속에서 기지를 설계하고 우주로 나아가는 이 정교한 물리 법칙의 서사시에 직접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